델파이쪽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C++빌더도 마찬가지구요.
아마 이 포럼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델파이나 C++빌더 뿐만 아니라 구인구직 사이트나 프리랜서 중개 사이트 등에 가보면, 비주얼C++이나
비주얼 베이직 개발자를 구하는 글도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누구도 통계를 내지 않으니 정확한 수치는 모르
겠습니다만, 낙관적으로 봐도 3~4년 전에 비해 1/3 이하로 줄어든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자바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편인데, 아시다시피 자바 프로젝트는 거의 다 웹사이트
구축을 포함하여 ERP나 EP, CRM 등 SI 성격의 프로젝트입니다. 이쪽이 상대적으로 나은 이유는, IT 업계가
힘들다니까 일단 개념없는 정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자금을 풀어놓는 곳이 이런 쪽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IT 업계의 체질 개선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죠.
또 한가지 이유는, 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C/S로 개발되었던 SI 프로젝트들이 최근에는 거의 웹기반,
즉 자바, PHP, ASP (그리고 조금씩 닷넷까지) 쪽으로 넘어가버린 탓입니다. 90년대 말쯤에는 ERP를 웹 기술로
개발한다는 것은 아주 실험적인 시도였고 좀 멍청한 시도로 여겨졌었는데, 지금은 거의 완전히 대세로 굳어
져버렸죠. 기술적으로 곤란한 문제들, 예를 들어 사용자 인터페이싱의 문제나 실시간 처리 등의 문제들은
액티브X로 때려박아버리거나 혹은 웹기반이라는 이동성의 장점을 내세워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SI 쪽의 개발자와 개발회사들이 잘먹고 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집사람도 자바 개발자로 SI 계통의
일을 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많고 또 저도 IT 관련 기사들을 거의 빠지지 않고 다 읽어보는
편이라 대략 알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취업 자체의 사정은 좀 나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대우 면에서는 더
심각한 편입니다.
단적으로, 이쪽 계통에서는 프리랜서라는 말보다는 계약직, 혹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더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원래 프리랜서라는 개념 자체가 계약에 의해 일을 하고 기간제로 일을 하지만, 호칭이 계약직, 아르바이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은, 각 개발자의 고유의 기술력은 거의 완전히 무시되고 필요할 때 '사서(buy)' 갖다붙이고
급한 불을 끄면 버리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SI, 웹 쪽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개발툴들(이하 네이티브 개발툴이라고 하겠습니다)로 개발
하는 개발자들쪽으로도 현실로 닥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나 방향에서 심각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 예로, '어떤 경력을 가진' 자바 개발자, 닷넷 개발자를 구하는 구인글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경력 개발자를
구하는데도 단순히 jsp 몇년 이상이라는 단순 연수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겁니다. 네이티브 개발툴의 경우에도
특정 업무가 아닌 그냥 숙련된 개발자를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대한 해당 업무에 숙련된 개발자를 뽑으려고
하지요.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웹 및 SI 개발의 방법이 점점 더 정형화되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개발자의 중요도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네이티브 개발의 경우 전체 설계및 프로젝트 관리에 해당 업무에
숙련된 개발 경험을 가진 개발자에게 맡기는 것이 정석이지만, 근래에 정형화되어가는 SI 쪽 개발에서는
개발보다 설계 자체에만 전문화된 인력을 별도로 씁니다. 아키텍트 혹은 컨설턴트, 뭐 그렇게 불리지요.
또 숙련의 기준 조차도 업무에 대한 숙련이 아닌 구조 설계에 대한 숙련도가 더 중시됩니다.
이런 모든 이유가 앞에서 말했듯이 SI 쪽의 개발 방법이 거의 정형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계에는
어떤 툴이 표준, 어떤 프로젝트에는 어떤 개발방법론이 표준, 어떤 알고리즘에는 어떤 디자인패턴이 표준...
아시다시피 디자인패턴 자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 및 코딩의 패턴을 정의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패턴까지 표준화되고 나면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대단히 좁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SI쪽에서는 점점 더 단순한 코딩 스킬 자체만 숙련된 개발자들만 필요해집니다. 네이티브
개발자들에서 고급 개발자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경험, 해당 업무에
대한 오랜 숙련도는 SI쪽에서는 이미 거의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거나 점점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SI 프로젝트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대세이고 바꿀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SI 프로젝트의 성격상 기간 엄수라든지 이미 정의된 기능만의 구현 등에 치중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시작 전 혹은 초기 단계에서 전체 일정 및 완성되었을 때의 성능이나 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 방법론을 더욱 정형화시키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또 SI 프로젝트 자체도 ERP나 CRM, EP 등
그 성격이 정형화되어 갑니다.
사실 SI 프로젝트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너무나 성급하게 일어나고
몰락했던 벤처 붐 때문에 SW 업계의 다른 한 축을 떠받쳐야 할 솔루션 업계가 부실 투성이가 되어버린 겁니다.
벤처 붐이 일기 전까지 국내 SW 업계는 적정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솔루션쪽과 SI쪽이 상당히
공존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벤처붐이 붕괴되면서 급격하게 컸던 솔루션 업계는 거의 동반 붕괴되고, 반면 SI쪽은 적어도 외형만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사실, 벤처붐의 붕괴 뿐만 아니라 벤처 붐이 일어난 배경 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는데, 너무 단기간에 정책적으로 키우다보니 SW 업계 전반이 기술력을 포함해서 체질이 나빠졌죠.
그런데 SI쪽은 업계가 부실화되어도 어느정도 생존이 가능하지만 솔루션쪽은 체질이 나빠지면 충격에 버티질
못합니다. 부실하게 컸던 국내 솔루션 업계는 벤처가 깨지면서 상위 몇개 업체만 생존, 성장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쓰러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SW 업계는 SI쪽 산업만 기형적으로 거대화되고 솔루션쪽은 대단히 허약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또 생존하고 있는 SI쪽 업계조차 부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SI 업체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개발자들의 진로 및 생계의 문제를 포함해서 국내 SW 업계의 위기는 전반적인 경제 위기와는
별개로 총체적인 업계 부실화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SI 프로젝트에서 델파이나 C++빌더를 오랫동안 써온 개발자는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번째 선택 방법은 SI의 주류가 된 웹/자바/닷넷 기술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생존이라면 당연히 넘어가야 합니다. 또 SI 자체가 원래 고객사(혹은 상위 수주사)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웹을 원한다, 그럼 웹 개발자로 변신해야
합니다. 자바를 원한다, 그럼 자바를 공부하고, 닷넷을 원하면 닷넷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게 뭐가 당연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자바와 웹이 SI의 대세가 되기 이전에도 C/S 개발자들조차도
델파이만 하거나 비베, 혹은 파워빌더만 하는 개발자는 소수였습니다. 보통 두가지 개발툴 정도는 사용했고
프로젝트를 많이 뛰는 개발자들은 서너가지 개발툴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입맛대로
맞추어서 델파이 혹은 비베, 파빌 개발자로 변신했지요. 물론 델파이 매니아라서 델파이가 아닌 프로젝트는
아예 손도 안대는 개발자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아는 바로는 두가지 이상의 개밡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개별 개발툴에 대한 숙련도는 낮아도 상대적으로 먹고 살기가 좋았습니다. SI 자체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개발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발 작업에 대한 만족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그럼 두번째는 뭐냐. 두번째는 SI 중에서도 웹으로 전환되기 힘든 틈새 시장으로 파고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웹브라우저에 액티브X로 쳐발라도 해결이 힘들거나 네이티브 개발툴이 그래도 유리한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실시간 반응성이 높아야 한다든지, 오랜 시간 띄워놓아야 하거나 입력 작업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아직 이런 시장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첫번째 방법대로 웹이나 자바 등 새로운 대세로
넘어가길 거부하고 이런 틈새를 찾아 네이티브 개발툴로 남아있길 원하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는 SI 개발자들을 말한 거고, 솔루션 개발자는 어떡하냐. 딱히 대책이 없습니다.
SI쪽이 개발 방법이 바뀌었을 뿐 업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솔루션쪽은 거의 붕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화끈한 해결책이라고는 스스로 창업하는 길 뿐입니다. 하지만 SW 업계 전반이 부실한 상태이다보니
과감하게 창업을 한다고 해서 생존할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솔루션쪽이 SI쪽보다는 개발자 환경은 나은 편입니다. 개발자의 창의성도 어느정도 보장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적어도 반복작업만 하는 소모품, 키보드 두들기는 로봇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지금 비주얼 C++이나 비주얼 베이직으로 성급하게 넘어가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배가 침몰해서 통나무 붙잡고 동동 떠있는데 멀리 있는 통나무가 더 커보인다고 거기까지
헤엄쳐갈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잡고 있던 통나무를 놓아버리는 격입니다.
물론 닷넷쪽은 다르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닷넷으로 가려면 비주얼 C++이나 비주얼 베이직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닷넷은 자바의 시장, 즉 서버 사이드와 웹쪽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소 향후 3~4년간은 갈 겁니다. 이쪽에서는 비주얼C++ 닷넷이나 비주얼베이직 닷넷은
별로 안씁니다. C#을 쓰죠.
그리고 지금 닷넷을 공부하는 것은 거의 자동으로 웹 개발자로 넘어가는 결과가 됩니다. 서버 사이드의 고급
개발자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자바/닷넷 개발자들은 거의 대부분 초중급 웹개발자이고 서버 사이드
개발자는 소수입니다.
그러므로 닷넷으로 넘어가느냐 아니냐를 고민하기 전에, 웹 개발자로 넘어갈 것이냐 아니냐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웹 개발자로 넘어간다고 결심이 되면, 닷넷 뿐만 아니라 자바나 php도 선택 가능해집니다.
시장이 아직 불명확한 닷넷보다는 자바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지금은 도박입니다.
물론 델파이나 C++빌더에 남아있어도 도박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 리스크가 더 크냐, 어느쪽 리턴이 더 높을 것이냐는 지금 누구도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문제죠.
아마 이 포럼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델파이나 C++빌더 뿐만 아니라 구인구직 사이트나 프리랜서 중개 사이트 등에 가보면, 비주얼C++이나
비주얼 베이직 개발자를 구하는 글도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누구도 통계를 내지 않으니 정확한 수치는 모르
겠습니다만, 낙관적으로 봐도 3~4년 전에 비해 1/3 이하로 줄어든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자바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편인데, 아시다시피 자바 프로젝트는 거의 다 웹사이트
구축을 포함하여 ERP나 EP, CRM 등 SI 성격의 프로젝트입니다. 이쪽이 상대적으로 나은 이유는, IT 업계가
힘들다니까 일단 개념없는 정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자금을 풀어놓는 곳이 이런 쪽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IT 업계의 체질 개선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죠.
또 한가지 이유는, 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C/S로 개발되었던 SI 프로젝트들이 최근에는 거의 웹기반,
즉 자바, PHP, ASP (그리고 조금씩 닷넷까지) 쪽으로 넘어가버린 탓입니다. 90년대 말쯤에는 ERP를 웹 기술로
개발한다는 것은 아주 실험적인 시도였고 좀 멍청한 시도로 여겨졌었는데, 지금은 거의 완전히 대세로 굳어
져버렸죠. 기술적으로 곤란한 문제들, 예를 들어 사용자 인터페이싱의 문제나 실시간 처리 등의 문제들은
액티브X로 때려박아버리거나 혹은 웹기반이라는 이동성의 장점을 내세워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SI 쪽의 개발자와 개발회사들이 잘먹고 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집사람도 자바 개발자로 SI 계통의
일을 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많고 또 저도 IT 관련 기사들을 거의 빠지지 않고 다 읽어보는
편이라 대략 알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취업 자체의 사정은 좀 나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대우 면에서는 더
심각한 편입니다.
단적으로, 이쪽 계통에서는 프리랜서라는 말보다는 계약직, 혹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더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원래 프리랜서라는 개념 자체가 계약에 의해 일을 하고 기간제로 일을 하지만, 호칭이 계약직, 아르바이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은, 각 개발자의 고유의 기술력은 거의 완전히 무시되고 필요할 때 '사서(buy)' 갖다붙이고
급한 불을 끄면 버리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SI, 웹 쪽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개발툴들(이하 네이티브 개발툴이라고 하겠습니다)로 개발
하는 개발자들쪽으로도 현실로 닥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나 방향에서 심각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 예로, '어떤 경력을 가진' 자바 개발자, 닷넷 개발자를 구하는 구인글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경력 개발자를
구하는데도 단순히 jsp 몇년 이상이라는 단순 연수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겁니다. 네이티브 개발툴의 경우에도
특정 업무가 아닌 그냥 숙련된 개발자를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대한 해당 업무에 숙련된 개발자를 뽑으려고
하지요.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웹 및 SI 개발의 방법이 점점 더 정형화되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개발자의 중요도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네이티브 개발의 경우 전체 설계및 프로젝트 관리에 해당 업무에
숙련된 개발 경험을 가진 개발자에게 맡기는 것이 정석이지만, 근래에 정형화되어가는 SI 쪽 개발에서는
개발보다 설계 자체에만 전문화된 인력을 별도로 씁니다. 아키텍트 혹은 컨설턴트, 뭐 그렇게 불리지요.
또 숙련의 기준 조차도 업무에 대한 숙련이 아닌 구조 설계에 대한 숙련도가 더 중시됩니다.
이런 모든 이유가 앞에서 말했듯이 SI 쪽의 개발 방법이 거의 정형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계에는
어떤 툴이 표준, 어떤 프로젝트에는 어떤 개발방법론이 표준, 어떤 알고리즘에는 어떤 디자인패턴이 표준...
아시다시피 디자인패턴 자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 및 코딩의 패턴을 정의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패턴까지 표준화되고 나면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대단히 좁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SI쪽에서는 점점 더 단순한 코딩 스킬 자체만 숙련된 개발자들만 필요해집니다. 네이티브
개발자들에서 고급 개발자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경험, 해당 업무에
대한 오랜 숙련도는 SI쪽에서는 이미 거의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거나 점점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SI 프로젝트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대세이고 바꿀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SI 프로젝트의 성격상 기간 엄수라든지 이미 정의된 기능만의 구현 등에 치중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시작 전 혹은 초기 단계에서 전체 일정 및 완성되었을 때의 성능이나 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 방법론을 더욱 정형화시키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또 SI 프로젝트 자체도 ERP나 CRM, EP 등
그 성격이 정형화되어 갑니다.
사실 SI 프로젝트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너무나 성급하게 일어나고
몰락했던 벤처 붐 때문에 SW 업계의 다른 한 축을 떠받쳐야 할 솔루션 업계가 부실 투성이가 되어버린 겁니다.
벤처 붐이 일기 전까지 국내 SW 업계는 적정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솔루션쪽과 SI쪽이 상당히
공존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벤처붐이 붕괴되면서 급격하게 컸던 솔루션 업계는 거의 동반 붕괴되고, 반면 SI쪽은 적어도 외형만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사실, 벤처붐의 붕괴 뿐만 아니라 벤처 붐이 일어난 배경 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는데, 너무 단기간에 정책적으로 키우다보니 SW 업계 전반이 기술력을 포함해서 체질이 나빠졌죠.
그런데 SI쪽은 업계가 부실화되어도 어느정도 생존이 가능하지만 솔루션쪽은 체질이 나빠지면 충격에 버티질
못합니다. 부실하게 컸던 국내 솔루션 업계는 벤처가 깨지면서 상위 몇개 업체만 생존, 성장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쓰러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SW 업계는 SI쪽 산업만 기형적으로 거대화되고 솔루션쪽은 대단히 허약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또 생존하고 있는 SI쪽 업계조차 부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SI 업체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개발자들의 진로 및 생계의 문제를 포함해서 국내 SW 업계의 위기는 전반적인 경제 위기와는
별개로 총체적인 업계 부실화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SI 프로젝트에서 델파이나 C++빌더를 오랫동안 써온 개발자는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번째 선택 방법은 SI의 주류가 된 웹/자바/닷넷 기술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생존이라면 당연히 넘어가야 합니다. 또 SI 자체가 원래 고객사(혹은 상위 수주사)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웹을 원한다, 그럼 웹 개발자로 변신해야
합니다. 자바를 원한다, 그럼 자바를 공부하고, 닷넷을 원하면 닷넷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게 뭐가 당연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자바와 웹이 SI의 대세가 되기 이전에도 C/S 개발자들조차도
델파이만 하거나 비베, 혹은 파워빌더만 하는 개발자는 소수였습니다. 보통 두가지 개발툴 정도는 사용했고
프로젝트를 많이 뛰는 개발자들은 서너가지 개발툴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입맛대로
맞추어서 델파이 혹은 비베, 파빌 개발자로 변신했지요. 물론 델파이 매니아라서 델파이가 아닌 프로젝트는
아예 손도 안대는 개발자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아는 바로는 두가지 이상의 개밡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개별 개발툴에 대한 숙련도는 낮아도 상대적으로 먹고 살기가 좋았습니다. SI 자체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개발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발 작업에 대한 만족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그럼 두번째는 뭐냐. 두번째는 SI 중에서도 웹으로 전환되기 힘든 틈새 시장으로 파고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웹브라우저에 액티브X로 쳐발라도 해결이 힘들거나 네이티브 개발툴이 그래도 유리한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실시간 반응성이 높아야 한다든지, 오랜 시간 띄워놓아야 하거나 입력 작업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아직 이런 시장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첫번째 방법대로 웹이나 자바 등 새로운 대세로
넘어가길 거부하고 이런 틈새를 찾아 네이티브 개발툴로 남아있길 원하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는 SI 개발자들을 말한 거고, 솔루션 개발자는 어떡하냐. 딱히 대책이 없습니다.
SI쪽이 개발 방법이 바뀌었을 뿐 업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솔루션쪽은 거의 붕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화끈한 해결책이라고는 스스로 창업하는 길 뿐입니다. 하지만 SW 업계 전반이 부실한 상태이다보니
과감하게 창업을 한다고 해서 생존할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솔루션쪽이 SI쪽보다는 개발자 환경은 나은 편입니다. 개발자의 창의성도 어느정도 보장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적어도 반복작업만 하는 소모품, 키보드 두들기는 로봇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지금 비주얼 C++이나 비주얼 베이직으로 성급하게 넘어가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배가 침몰해서 통나무 붙잡고 동동 떠있는데 멀리 있는 통나무가 더 커보인다고 거기까지
헤엄쳐갈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잡고 있던 통나무를 놓아버리는 격입니다.
물론 닷넷쪽은 다르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닷넷으로 가려면 비주얼 C++이나 비주얼 베이직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닷넷은 자바의 시장, 즉 서버 사이드와 웹쪽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소 향후 3~4년간은 갈 겁니다. 이쪽에서는 비주얼C++ 닷넷이나 비주얼베이직 닷넷은
별로 안씁니다. C#을 쓰죠.
그리고 지금 닷넷을 공부하는 것은 거의 자동으로 웹 개발자로 넘어가는 결과가 됩니다. 서버 사이드의 고급
개발자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자바/닷넷 개발자들은 거의 대부분 초중급 웹개발자이고 서버 사이드
개발자는 소수입니다.
그러므로 닷넷으로 넘어가느냐 아니냐를 고민하기 전에, 웹 개발자로 넘어갈 것이냐 아니냐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웹 개발자로 넘어간다고 결심이 되면, 닷넷 뿐만 아니라 자바나 php도 선택 가능해집니다.
시장이 아직 불명확한 닷넷보다는 자바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지금은 도박입니다.
물론 델파이나 C++빌더에 남아있어도 도박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 리스크가 더 크냐, 어느쪽 리턴이 더 높을 것이냐는 지금 누구도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