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Corporation & Salary2007. 8. 4. 19:36
외국계 기업, 정말 좋을까?
자유로움? 고액연봉? 외국계 기업에 대한 오해의 진실
[2006.07.28 10:23]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높은 연봉과 능력에 따른 대우까지!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지만 많은 대학생들의 로망은 외국계기업 취업이다. 외국계기업에 입사하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해외근무까지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 깨어질 환상일까, 알토란같은 실정보일까? 외국계 기업의 오해와 진실, 그 속을 한번 들여다봤다.

취업준비생의 로망, 외국계기업. 과연 기대만큼 좋을까?
(이미지 편집 = 전기연 대학생기자)

# 자유로운 기업분위기? … 아직은 ‘그림의 떡’

“외국계기업 하면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위계질서도 없고 자유로운 기업분위기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이상엽, 성균관대 경영 01)

업무가 끝나도 상사 눈치보고, 다른 사람들 업무 끝날 때까지 꼬박 기다려야 하거나, 상사의 잔심부름에 찍 소리 못하고 끌려가야 한다면? 누구도 이런 직장생활을 꿈꾸진 않는다. ‘장유유서’라고 했던가? 상사를 하늘처럼 모셔야(?)했던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합리’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외국계 기업분위기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기업은 외국에 본사를 둔 한국지사이거나 외국기업과 합작한 한국기업이다. 따라서 근무하는 곳도,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국내 한국인들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기업들과 완전히 다른 ‘자유분방’한 기업문화를 꿈꾸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외국계기업으로 바뀐 GM 대우 재무관리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31세, 남)씨는 “기업 간부나 경영권자와 같은 의사결정자들이 외국인이라는 것 외에 크게 다른 것은 없다”며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적인 기업문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외국에 있는 본사의 기업 시스템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합리적이고 이론적 내용에 바탕을 두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 거래할 때 상대 회사의 신용등급을 나눠서 손해위험을 최대한 줄인다든가, 해외 투자나 금융거래 시 자세한 상황을 매뉴얼로 만들어 둬 실수를 최소화하는 등의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자들만이 외국인일 뿐 회사 구성원들은
대부분 한국인. 한국문화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힘들단다. ⓒ 뉴스와이어 = GM대우
꽉 짜여진 업무를 끝내고 난 후 ‘칼퇴근’은 가능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퇴근도 자유로울 거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글쎄’다.

물론 각자 업무가 끝나면 제 시간에 퇴근해서 자기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외국계기업 직원들은 여전히 칼퇴근은 ‘그림의 떡’이란 반응이다.

시티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는 "계약직의 경우 자신의 업무가 끝나면 퇴근해도 무방 하지만 정규직들은 상사가 퇴근하고 나서도 신입사원과 대리급까지는 남아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들어온 기업이라도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적 문화를 완전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능력위주 대우, 높은 연봉 수준? … 환상은 금물!

외국계기업은 ‘높은’ 연봉 수준을 자랑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이것도 오산인 경우가 많다. 물론 연봉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어느 수준을 ‘높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동일업종 국내기업과 비교해서 월등히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국내 대기업보다 임금이 적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

시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할 때, 시티은행의 임금은 오히려 한미은행보다 적었다고 한다. 한미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업계에서 비교적 많은 임금을 주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지만, 합병 이후에도 시티은행은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국내 주류은행들에 비해 결코 많은 연봉을 책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바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성과급이나 복지자금을 줄이면서 사원들이 받는 임금은 줄어들었다고. 이것이 합리적 경영을 외치는 외국계기업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능력위주로 고액의 연봉 책정이 가능하다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다. 능력에 따라 연봉 협상이 가능한 기업도 많지만 한국 문화의 영향이 크다보니 아직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더 많은 실정. 한국에 진출한 후 한미은행 인수로 몸집을 늘린 시티은행은 아직까지 노조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능력제 도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GM 대우도 올해 들어서야 능력제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는 ‘구조상’으로만 존재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대세다. 외국계 기업도 직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티은행의 이모씨는 “외국계 기업들은 능력제로 연봉을 책정하고자 하지만 아직은 한국 직원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호봉제에 익숙해져있는 한국 기업문화를 한 순간에 바꿔버리려 한다면 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거다.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기업 상당수는 능력위주의 임금체제를 5년에서 10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천천히 적용하려 한다고.

# 여성 차별 없다? … 국내기업보다 여성에게 유리한 건 사실


한국IBM은 대교, 하나은행과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 한국IBM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유리로 된 천장처럼 고위층까지 성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 얘기는 외국계 기업에서는 대체로 통하지 않는다. 여성이라고 승진기회에서 누락되거나 임원까지 성장하는 데 불이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작년, 취업포털 스카우트는 ‘여성구직자 취업 공략법’을 소개하면서 ‘외국계기업을 노려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외국계기업은 실무능력을 매우 중시하고 성차별이 적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외국기업의 일반 사무직은 물론 정보기술(IT), 제약, 건설 중장비, 전자 등 엔지니어링 부문에서도 여성임원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체인 한국 MSD는 중간관리자급 여성이 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남녀비율이 비슷하다. 2003년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통신장비업체인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는 이미 그때부터 IT팀, 경영지원 대외협력팀, 재무팀 이사로 여성을 지목했다고. 또 독일계 소프트웨어업체 SAP코리아도 전체 임원 중 11%가 여성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국내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올해 노동부가 발표한 ‘2005년 남녀근로자 고용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정부투자기관의 경우 여성임원은 고작 1%대에 그쳤다. 지난 2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롯데, 두산 등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고 삼성과 LG, SK 등도 여성 임원의 비율이 0.5 ~ 1%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수치만 보더라도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외국계기업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외국계기업은 여성 승진 이외에 여성 근무환경개선을 위한 복지도 눈에 띈다. 한국IBM은 사무실 안에 산모교실과 수유, 유축실을 설치하고 다른 기업과 제휴해 보육센터를 수도권 지역에 개소하는 등 기혼 여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 외국계기업이니까 해외근무 기회는 당연? … 아무나 하는 게 아냐!

외국계기업에 근무하면 한국에 있는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해외근무의 기회도 많으리라 예상할 지 모른다. 물론, 직종과 회사에 따라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외국계기업이라고 해서 그 가능성이 더 높다고만은 할 수 없다.

씨티그룹 계열의 반도체기업 마그나칩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모(35세, 남)씨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해외근무 기회가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기업이건 외국기업이건 해외의 기술을 배워올 만한 가치가 있다면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건 해외근무 기회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기업내 외국인과의 교류? 아직은 '그림의 떡'. ⓒ 뉴스와이어 = 에이포에듀케이션
GM 대우에 근무하는 김모씨 역시 “기대하는 것만큼 해외근무가 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해외근무 기회가 있기는 해도 기술직이나 연구직이 대부분이라는 것. 외국의 선진 기술을 배워서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서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교육 연수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해외 관련 부서는 1년에 몇 번씩도 해외 출장을 가지만 언어를 익히고 기술을 배우는 장기 근무는 그다지 많은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화 추세에 맞춰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묶어서 관리하는 다국적기업이 늘어나면서 몇몇 기업들은 해외근무 기회를 늘리고 있기도 하다. 중국 진출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를 한국 지사의 인력을 통해 충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 예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는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눠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 취업? … 경력 같은 신입 선호

외국계 기업들은 ‘합리’적인 것을 선호하다보니 계약직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학사졸업만으로는 외국계기업에 발 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학부졸업생들이 바로 입사하면 교육비용이 따로 들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기업이 신입사원을 받고 교육하는 2개월여 동안 1인당 300만원 정도의 교육비용이 든다고 하니 만만치 않은 비용이긴 하다.

그래서 외국계기업들은 검증된 인재, 즉 경력직이나 석사, MBA 출신 등 교육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사원들을 원한다. 신입사원 교육 비용까지 아끼고 곧바로 검증된 인재를 업무에 투입해 실적을 올리려는 외국계기업의 ‘합리’적이면서도 다소 ‘약아 보이는’ 경영방식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씨티은행은 지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창구직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각 지점 직원 10명중 3 ~ 4명 이상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외국계 기업을 선망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막연한 생각만으로 선망하기에는 환상과 다른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외국계기업에 가건, 국내기업에 입사하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막연한 기대와 환상만으로 외국계기업을 선택하려 한다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기연 대학생기자 / mpen123@imcamp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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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