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공동대표 이해진 김범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숨은 공신이 있다. 숭실대 컴퓨터학부 이준호 교수가 바로 그다. 검색분야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물이다. 네이버 검색의 변화 곡선마다 그곳엔 늘 이 교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교수와 이해진 NHN 공동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이다. 이교수가 83학번, 이사장은 86학번이니 이교수가 선배가 된다.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만난 때는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이버는 삼성SDS 사내 벤처로 '구멍가게' 시절.
이교수는 네이버에 웹글라이더, 신문기사 검색 등에 대한 자문을 해주고 있었다. 이 때까지는 이교수와 이사장의 관계는 사업상 관계는 아니었다. 학교동문으로 서로 검색 시스템에 대한 묻고 답하기 정도였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99년 12월. 이해진 사장이 이교수에게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사업을 제안했다. 검색엔진을 전문적으로 개발, 모든 회사에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이교수는 엠파스 검색엔진 개발만을 담당하고 있었다.
네이버가 내건 조건은 연구개발하는 교수로서는 최상이었다. 독립 법인을 만드는데 10억원을 투자하고 월 연구비로 4천만원을 조건없이 지급한다는 것. 이 교수는 "네이버의 당시 제안은 연구개발하는 교수로서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 2월 검색 시스템을 연구하는 서치솔루션이 만들어졌다. 이교수는 초기 엔지니어 인력채용 등 서치솔루션 초기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서치솔루션 직원들은 이교수가 직접 품을 들여 채용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후 서치솔루션은 검색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발, 네이버의 경쟁력을 높여나갔다.
2000년 8월 네이버 검색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넥서치가 개발됐다. 넥서치는 통합 검색으로 검색결과에 웹페이지 링크 인기도를 반영, 인기가 높은 순위로 검색결과를 보여줬다. 질문과 답변 형태로 사용자들이 정확히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시스템이었다.
넥서치 단계를 너머 검색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평가시스템은 모든 검색엔진의 디렉토리를 분석, 어떤 것에 차이가 있으며 서로 다른 부분은 정확히 어디에 배치되야 하는지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교수는 평가시스템에 대해 "네이버, 엠파스, 구글 등에 대한 디렉토리를 분석해 보면 14만건에 대한 검색 결과중 5만건은 일치하지만 7만여건은 서로 다르다"며 "서로 다른 부분이 정확히 어떻게 배치되야 효과적인지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현재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치솔루션 기술고문으로 남아 있다. 그는 "서치솔루션 직원들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궁금하거나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며 "서치솔루션 직원의 경쟁력은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이후 서로 독립된 두 법인은 지난 2001년 한 배를 타게 된다. 네이버가 서치솔루션을 인수한 것. 이때 네이버와 서치솔루션 주식은 스왑핑(맞바꾸기)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교수는 현재 NHN 주식 5%를 보유하게 됐다. 이해진사장에 이어 개인으로는 두번째로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 공동대표의 또 한사람인 김범수사장보다도 많다.
22일 종가로 NHN 시가총액은 7천200억. 보유한 주식으로만 따지면 이 교수는 360억원 어치 주식을 지닌 갑부이다.
이교수는 "벤처일을 하면서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그는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도출된 것은 없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연구개발을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2003년 04월 22일 ]